약이야기/약생각

약사가 생각하는 헬스 약물 :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은겨울 2021. 5. 29.

요즘 바디 프로필이 유행이다. 나는 근육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몸을 만든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그들의 몸보다는 꾸준함과 인내력을 존경한다. 매일 아침(혹은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헬스장까지 가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 같은 직장인으로서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내추럴과 비내추럴

그렇지만 내추럴이라는 말은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내추럴과 비-내추럴(be 내추럴은 아니겠지?)이라니, 이건 '쌩얼' 같은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데, 굳이 용어를 붙여서 구분 짓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아닌 사람들이 헬스계에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암리에 약물을 사용하고 대회에 출전한다는 사실은 올림픽 스포츠에만 익숙한 내게는 다소 생소한 사실이었다. 피겨 선수 차준환씨가 도핑 테스트 때문에 감기 몸살에도 감기약도 제대로 복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딴 세상으로 느껴진다. 도핑 테스트가 기본이고, 도핑이 걸리면 상금과 수상자 혜택을 빼앗기는 것이 모든 스포츠의 룰인줄 알았는데, 어떤 곳에는 그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추럴이 비내추럴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면 이는 내추럴에게 있어 굉장한 페널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정성에 대한 문제 이상으로 '더욱 더 대단한 몸'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조건이 표준으로 굳어진 게 아닐까.

헬스 약물들의 부작용은 이미 2018년쯤 보디빌더 박승현씨의 솔직 고백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참 용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많은 헬스 트레이너들이 약물 고백을 하지만, 처음으로 업계 실태를 고발하는 것은 내부 고발자가 되는 일로, 결코 쉽지 않다. 

약은 건강한 삶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파라셀수스는 '약은 곧 독이다'라고 말했다. 약을 통해 얻고자 하는 benefit은 무엇이고, 감당해야 할 risk는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가? 혹시라도 더 많은 근육을 위해 약물을 찾아보는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 부분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약물은 당신의 몸을 더 멋지게 변화시켜줄지 모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당신의 몸 어딘가도 돌이킬 수 없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도핑테스트 약물종류 알아보기 / 스테로이드부터 감기약까지
프로아나의 세계


(2021.08)

다른 종목은 이렇게 철저하게 도핑을 하면서 보디빌딩만은 예외인 건가? 물론 같은 주최가 아니지만, 한쪽에서는 도핑은 메달박탈감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비-내추럴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